2020년은 메타버스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 메타버스 개념이 이용된 것은 1999년 싸이월드부터였지만, 그때는 우리가 메타버스라는 개념도, 인지도 제대로 되지 않던 때였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메타버스는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메타버스를 이용하게 될까요?
메타버스의 의미
메타버스의 시작은 닐 스티븐스의 소설 스노 크래쉬(1992년)부터였습니다. 본 소설에서 메타버스는 다음과 같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양쪽 눈에 서로 조금씩 다른 이미지를 보여 줌으로써, 삼차원적 영상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영상을 일초에 일흔두 번 바뀌게 함으로써 그것을 동화상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이 삼차원적 동화상을 한 면당 이 킬로 픽셀의 해상도로 나타나게 하면, 시각의 한계 내에서는 가장 선명한 그림이 되었다. 게다가 그 작은 이어폰을 통해 디지털 스테레오 음향을 집어넣게 되면, 이 움직이는 삼차원 동화상은 완벽하게 현실적인 사운드 트랙까지 갖추게 되는 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히로는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컴퓨터가 만들어 내서 그의 고글과 이어폰에 계속 공급해주는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컴퓨터 용어로는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이었다.
닐 스티븐스의 소설 <스노 크래쉬 중>
소설에서 묘사하는 메타버스는 현실적인 그래픽과 사운드만 제외한다면 우리가 현재 인지하고 있는 메타버스의 개념과 유사합니다. 메타버스의 개념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한 시기이지만 우리는 몇 가지 요소로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어느 정도는 정의할 수 있습니다.
- 또 다른 나
- 메타버스 세계는 현실에서의 내가 아닌 또 다른 나. 즉, 나의 아바타가 활동하는 공간입니다. 의식은 현실에서의 나와 동일하지만 그 생김새나 활동 형태는 어떤 메타버스 플랫폼이냐에 따라 무한히 변화할 수 있습니다. 생김새는 현실의 나와 큰 차이가 있더라도 그 아바타가 나의 정신에 영향을 받느냐가 메타버스를 정의하는 개념 중 하나입니다. 생김새가 현실의 나와 완전히 동일하더라도 해당 개체의 행동이나 판단에 나의 의식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메타버스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 사회 구축
- 현실과의 유사성은 단순히 '생긴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래픽의 품질로 메타버스를 정의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메타버스의 세계관에서 말하는 현실과의 유사성은 사회 활동과 연관됩니다. 사회를 규정하는 것은 법, 정치, 경제, 문화, 노동, 시민 수없이 많습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 어떤 유저가 참여하는지(시민), 해도 되는 행위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법)가 정해져 있는지, 유저가 운영에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지(정치), 플랫폼 내 재화를 어떻게 수급하고 소비할 수 있는지(노동과 경제), 유저들이 플랫폼에서 어떻게 가치를 생산, 확대, 구축하는지(문화) 등등이 종합된 결과가 메타버스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상공간과 메타버스의 차이
이전부터 '가상 공간'이라는 단어는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전부터 쓰여 오던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등장한 지금, 우리는 '가상공간'과 '메타버스'를 동일시할 수 있을까요? 이 역시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가상공간과 메타버스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습니다.
- 가상공간과 메타버스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은 '사회'이다.
- 인기 있는 FPS인 '배틀그라운드'는 가상공간에서 진행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배틀그라운드를 메타버스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배틀그라운드에서는 사회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틀그라운드 게임에서의 목표는 승리입니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승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메타버스 내에서 일어나는 단편적인 승부 하나하나에는 승리라는 개념이 있지만, 메타버스 자체에서 승리할 수는 없습니다. 메타버스의 목적은 승부가 아니라 사회화이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의 종류
비영리 기술 연구 단체 ASF에서는 메타버스를 네 가지 범주로 분류했습니다.
구분 기준 | 증강 | 시뮬레이션 |
내적 | 라이프로깅 | 가상세계 |
외적 | 증강현실 | 거울세계 |
- 증강
- 사용자가 이미 인식하고 있는 사물, 환경, 현상 등에 추가적인 제어, 정보, 시스템 등을 쌓아 올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 시뮬레이션
- 메타버스 속의 객체가 활동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내적
- 이용자의 정체성과 행위에 초점을 두는 구분 기준입니다.
- 외적
- 이용자가 있는 환경, 바깥 세계에 대한 정보와 통제력을 제공합니다.
라이프로깅
- 정보통신을 통해 일상을 기록, 공유, 반응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메타버스.
일상 기록이라고도 부르는 라이프로깅은 우리의 일상을 통신매체 등을 이용해 서로 공유하고, 반응하는 것입니다. 글로 읽으면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예시를 보시면 와닿으실 것 같은데요, 라이프로깅 분야에서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을 만한 플랫폼은 싸이월드, 인스타그램 등의 SNS 플랫폼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우리의 일상을 기록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반응을 보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합니다. 스마트워치가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라이프로깅 분야는 보다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스마트워치를 통해 오늘 내 활동량 등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인 아디다스 런타스틱, 음악 재생목록 공유 기능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생각보다 여러분에게 익숙하죠?
증강현실
- 현실에 존재하는 것에 정보통신기술을 얹어 기능과 정보를 확대시키는 메타버스
증강현실은 현실에 있는 물체와 정보통신망이 상호작용하여 이용자에게 추가적인 정보와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증강현실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포켓몬 고'라는 것에 모두들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직접 움직이며 플레이하는 게임'이라는 콘셉트로 출시된 포켓몬 고는 게임을 접한 유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또, 미술관에 가면 QR코드를 통해 도슨트를 제공받는 것도 증강현실의 예로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아예 '증강현실 AR 미술관'이 개장하는 등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거울 세계
- 현실과 유사하게 만들어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메타버스
거울 세계는 현실에 있는 세계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구현하여 정보를 확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메타버스의 종류입니다. 여러분이 가장 잘 알 만한 거울세계는 '구글어스'가 있습니다. 구글어스에서는 현실 세계를 최대한 똑같이 구현하고 그 안에서 거리, 지형, 교통 등의 정보를 최대한으로 만들어냅니다. 현실 세계에서의 비행을 체험하게 해 주는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등의 각종 시뮬레이터나, 가상 공간에서의 부동산 투기를 통한 제태크 방식인 '어스2'역시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거울세계는 다양한 분야에서 굉장히 높은 활용도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부동산부터 시작해 교통, 학술, 건축, 도시설계 등의 분야에서 강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 게임 '어쌔신 크리드'가 게임의 배경을 거울 세계처럼 최대한 고증을 살려 유사하게 만들어 온라인 수학여행 등으로 이용되기도 하였습니다.
가상세계
- 온라인 상의 사회성을 극대화하는 메타버스
가상세계는 보통의 사람들이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메타버스의 개념과 유사합니다. 디지털 공간 내에서 현실의 사회성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가상세계는 VR챗, 로블록스, 린든 맵, 모여봐요 동물의 숲 등 다양하면서도 유명한 콘텐츠들을 생산했습니다.
이런 가상세계들은 거울 세계처럼 현실과 유사하게 생길 필요는 없지만, 그 안에서 교육, 문화, 정치, 종교, 경제 등의 사회화가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렇게 메타버스의 뜻과 종류에 대해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만 들었을 때는 우리와는 동떨어져 있는 미래의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생각보다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기술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메타버스를 이용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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